모두에게 기본소득을

기계식 사랑

studio4ya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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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학교 CA시간, 사진부에서 출사를 가는 날이었다.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출석 체크를 하고, 입구에 들어가 모두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나도 중고 시장에서 몇 달 전에 산 소니 A-200을 들었다. 내 수준에서는 굉장히 좋은 카메라이다. 연사 속도는 아쉽지만, 1000만화소이고, 무엇보다도 코니카 미놀타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좋을 따름이다.

그런데, 입장을 하고 나니 뒤에서 또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오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1.3크롭 DSLR이나 풀프레임 DSLR이 쥐여 있었다. 멀리서 크기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고가의 길쭉한 렌즈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로보에서 나는 번쩍번쩍거리는 빛을 보며, 왠지모르는 초라함이 들었다.

렌즈는 번들이고, 스토로보는 그냥 내장을 사용한다. 그렇지만도, 그 카메라로 수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나도 그랬고, 이전에 이 카메라를 사용한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물건에 애정을 가지리라 다짐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 손에 들린 멋진 카메라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그 애정이 조각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후로 난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내 렌즈는 3.5-5.6밖에 안되는데, 좀 더 밝은 렌즈를 사고 싶어.’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는 너무 후진데, 바꾸고싶다..’ ‘카메라가 좋으면 사진도 잘 찍힐텐데..’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남는 것은 가진 자들이 버리고 간 초라함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주 물건을 바꾼다. 그들의 손에 있는 것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바뀐다. 핸드폰을 한 달에 한 번씩 바꾸고, 컴퓨터도 1년에 한 번 씩 바꾸고, 카메라를 살때도, ‘이 카메라로 잘 찍어보자’가 아니라 ‘언젠가는 최상위기종으로 기변할거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끔. 심지어는, 평생 쓴다던 차마저 멀쩡한 상태로 폐차장의 고철로 바뀌어버린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의문이 든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또 다시 쉽게 만난다. 마치 신상이 나오면 기변을 하는 것 처럼.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크롭바디를 버리고 풀프레임 바디로 넘어가는 것 처럼, 로우 스펙의 “사랑”을 버리고 하이 스펙의 “사람”을 찾으러 떠난다.


쉽게 떠나가고,
쉽게 끊어버리고,
쉽게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쉽게 외로워한다.

그 다음에는 누군가의 손에 들릴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쉽게 버려지진 않을지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숫자놀음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는것도, 외로우면서도 외로워하지 않게 만드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기계식 사랑이다.

기계식 사랑.

황금만능주의와 과도한 경쟁, 그리고 인문학의 부재가 낳은 괴물.